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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기어헤드' 였던 것일까.

브라보 당신의 열정, 기어헤드 만세 - 김국현

어려서부터 나는 기계덩어리를 만지는걸 좋아했었다.
부모님이 만원짜리 값싼 RC카를 사주셨을 때, 나는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더 궁금했었다. 어렸을 때 나의 눈에 띄었던 기계는 모조리 본연의 역할보단 나의 해부실습용으로 쓰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진로를 택할 때, 나는 인문계를 갈지 실업계를 갈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단지 기계를 내 손으로 깎아보고 납땜질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부모님께 실업계가면 안되냐고 졸랐었다.
물론 지금은 실업계 안간걸 천만 다행으로 여기고 있지만 말이다. 부모님 말 듣길 잘한 것 같다.
(혹시 실업계를 가려는 분이 있다면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해두세요. 특히 수학)

그때나 지금이나 기계좋아하는건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난 항상 내손으로 기계를 만지는걸 좋아한다. PDA도 PPC따위는 싱겁다고 아직도 옛날 리눅스PDA에서 vi로 conf를 수정하면서 쓰며, PC를 쓸 때도 인생의 앞날에 도움안되는 트윅만 몇일동안 열심히 해가며 뿌듯해 했다. 군대에 들어와서도 내가 그나마 이곳에 호감이 갔던건 내 손으로 총을 분해하고 조립해보고 이리저리 만지작거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전장비 폭풍 몇번 겪고나면 그것도 아니지만(...)

여하튼 내 주위엔 나같은 애가 없었다. 자동차만 봐도 애들은 겉모습과 시끄러운 배기음에만 관심이 있지, 나처럼 구동계는 어떤 식인지 등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내가 쓸데없는데만 관심을 쏟는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위축돼서 자신감도 많이 잃은 채 지내왔던 것 같다.
나는 참 기계를 좋아했지만 우리집이 백만장자도 아니라 부잣집애들처럼 이런거 저런거 막 살수도 없어서 유일하게 마음껏 해먹을 수 있는 PC를 주로 만졌었다. PC를 배우면서 나는 참 많은걸 했던 것 같다. 컴퓨터학원다닐때 초딩따위가 강사보다 잘했던거 보면...


그러던 중에 첫번째 내 인생의 반환점이 찾아오게 되었다.
예전에 구독하던 'PC사랑' 잡지 부록CD에 껴준는 '나모 웹에디터 1.5 평가판'을 깔았다. 몇일동안 열심히 '내 소개'와 방명록 그리고 '추천사이트'가 들어간 재미없는걸 만들어 네띠앙 5M계정에 처음 올렸을 때 얼마나 흥분되던지... 그때 그 전율을 느끼고 싶어 아직도 나는 웹이라는 존재를 미처 끊을 수가 없나보다.
친구들에겐 싸이질과 레포트 후리는데 쓰이는 웹이지만, 나에겐 만지고 만져도 싫증이 나지 않는 최고의 장난감이다. 자유롭고 무궁무진하다.

내가 이렇게 웹을 중독에 가깝게 집착하게 된건 내가 기어헤드였기 때문인가 보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난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주변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오늘부터 나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겠다.

나는 기어헤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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